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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일하다 죽지 않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지난 1월 8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법이 제정됐지만 기업이 쏙 빠진 ‘중대재해법’이었다. 2020년 5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운동본부가 발족하고 국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하라는 10만 국민동의청원을 조직했다. 그래도 국회가 꿈쩍하지 않자, 국회 안팎에서 산재 유가족과 노동자들이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사랑방도 운동본부에 진즉 이름을 올렸지만 열심히 해오지는 못했다. 단식농성장이 꾸려지고 조금이라도 손을 보태려는 마음에 농성장을 몇 차례 찾아갔고, 그 때마다 법제정을 열망하며 농성장을 찾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매년 2,400여 명의 노동자가 일하다가 사망하는 한국사회에서, 더 이상 일하다 죽지 않도록 노동환경을 바꾸고 사고의 책임을 분명히 묻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매우 높았다.

절대 ‘사고’가 아니다

운동본부에서 요구했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중대재해가 기업이 노동자, 시민을 죽음으로 몰고 간 범죄이며, 그 책임과 처벌은 말단 관리자가 아닌 경영책임자가 져야 한다는 것이다. 일터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중대재해들은 기업이 이윤과 노동자의 생명을 저울질한 결과라는 점에서 이런 저울질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적어도 이윤을 위해 노동자의 생명을 져버리는 짓을 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보통 일터에서 벌어지는 재해들에 ‘안전사고’라는 명칭을 붙인다. 사업주도 노동자도 그 누구도 원치 않는 우연한 ‘사고’라는 것이다. 여기에 ‘안전불감증’이라는 해괴한 말을 붙여 부주의한 노동자 탓을 한다. 노동재해는 수많은 노동의 종류만큼이나 재해의 발생구조, 원인과 결과 등이 다양한데 재해의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면서 수많은 안전규정들을 하나씩 규제하는 방식이 ‘산업안전보건법’이다. 이는 실제 재해의 발생을 줄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 책임을 오로지 안전규정 위반에만 묻게 한다.

그 누구도 원치 않았다고 하지만 이런 식으로 일하다간 누군가는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업은 정확히 안다. 그렇게 이윤과 노동자의 생명을 저울질하며 이윤-비용 계산을 늘 하고 있다. ‘미필적 고의’다. 그래서 산재사고는 형법 상 처벌요건이 되는 가해자의 ‘과실’이나 ‘직접적 의도’가 없어도, 이윤-비용 계산이라는 구조적인 과정의 결과다. 그러니, 누구나 다 알고 있듯이 원인은 ‘이윤-비용’계산으로 중대재해를 감수하는 기업 또는 경영책임자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바로 그 지점에 주목해 그런 ‘기업’과 ‘경영책임자’를 처벌하자는 것이다. 기업이 ‘법인격’을 획득해 수많은 법적 소송의 당사자가 되듯이, 형법 상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고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는 ‘이윤-비용’계산이 불가능하도록 충분한 벌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법 상 처벌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윤이 생명보다 중요하다는 정부 여당

법 제정에 미온적이던 민주당은 강력한 제정 여론에 밀려, 겨우겨우 법안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자 경총, 중소기업 중앙회를 비롯한 경영계에서 벌떼같이 달려들었다.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경제를 파탄 내는 법이라고 난리였다. 이러면 누가 기업활동을 할 수 있냐고 한다. 바로 그 말이다. 사람 죽이면서 돈 벌거면 회사 차리지 말라고 하는 법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다.

국회 농성 와중에도 매일 노동자들이 죽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럼에도 중소기업벤처부를 필두로 영세기업은 제외시켜야 한다며 법안을 누더기로 만들기 시작했다. 법안 명칭에서부터 ‘기업’이 빠지고 전체 사업장의 80%에 해당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제외되었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3년 유예를 받았다. 경영책임자에 ‘안전보건 업무 담당자’를 추가해 실제 기업주가 빠져나갈 구멍이 생겼다. 벌금의 하한도 없앴다. 사업장을 5인 미만으로 쪼개고 ‘바지 이사’인 안전보건 담당 임원을 만들게 너무 뻔하다.

실망스런 결과이지만, 긴 싸움의 시작일 뿐이다. 노동자가 생계를 위해 일터에서 자신의 시간과 노동력뿐만 아니라 존엄과 인격을 내주고 급기야 생명까지 잃어야 하는 한국사회를 바꿔내는 싸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