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폭행, 술 취해 성 폭언, 자전거는 안 된다
경찰폭력이 끝간데를 모른다.
대우자동차 노동자 정리해고 이후 구조조정과 관련된 집회는 무조건 '금지'하고, 백주대낮에 식당에서 밥을 먹던 사람을 '불법집회에 참가할 우려가 있다'며 연행(2월 22일)하고, 시위현장에서는 집회참가자들에 대한 폭력이 예사롭지 않다. '부평은 계엄 중'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 정도로 집회장소를 원천봉쇄, 정리해고 당한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한 집단적 의사표현 기회를 완전 차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창원에서는 '집회에 참가하려는' 사람을 '목전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르려고 하는' 사람으로 확대해석해 경찰이 아침 출근길 교통혼잡을 일으키며 집회참가를 막아섰다(2월 22일). 경주에서는 부평집회에 참가하려다 경찰과 충돌한 노동자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3월 6일)하기도 했다. 전남 진도에서는 농협에 항의하던 농민회원의 목을 짓밟고 수갑을 채우는 만행도 보
고됐다(3월 14일). 대표적인 국가공권력인 경찰에게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은 전혀 안중에 없는 듯 하다.
막 나가는 군산경찰, 사제에겐 군화발 여성에 성 폭언
인간의 존엄성이 경찰의 몰상식과 비이성 앞에 얼마나 쉽게 땅으로 떨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사태가 군산에서 발생했다. 군산미군기지 되찾기 금요집회는 4년 째 매주 금요일 군산미군기지 정문앞에서 열렸다. 그러나 23일 군산경찰이 금요집회를 봉쇄해 미군기지 정문에서 평소보다 100여 미터 더 뒤로 밀려나 집회를 했다.
경찰은 집회 후 5시경 군산미군기지 정문 앞에서 뒤풀이를 하려던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상임대표 문정현 신부를 군화발로 짓밟고 뒤돌아선 노동자를 발길질했다. 문 신부는 4시간 동안 격렬히 항의하다가 밤 9시경 사복경찰 대여섯 명이 문 신부를 '작은자매의집' 근처까지 강제로 옮겼다. 작은자매의집은 문 신부의 거처.
문 신부는 자신을 강제로 옮긴 것에 항의, 경찰차 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고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문규현 신부(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는 밤 11시경 '작은자매의집'에 도착하여 현장에 있던 사복경찰들에게 항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한 경찰관이 "문규현, 문정현 다 나와! 나도 (성이) 문가인데, 오늘 나 옷 벗는다. 한번 해 보자"라고 흥분했다. 그리고 문규현 신부의 멱살을 붙잡고 발로 걷어찼다.
그 경찰은 옆에서 사진을 찍던 여성인권활동가에게도 도저히 입에 담기 힘든 성적 폭언까지 퍼부었다. 이후 이내연 군산경찰서장과의 면담과정에서, 성적 폭언을 퍼부었던 경찰은 특경대장 문승태 계장으로 밝혀졌다.
한편 성적 폭언을 들었던 여성활동가는 "그 경찰이 '회식하다 불려왔다'고 '발광'하며 술 냄새를 풍겼다"고 밝혔다. 시민모임 회원 30명은 이튿날 새벽 2시부터 군산경찰서 앞에서 밤을 새워 경찰의 폭력·욕설에 항의하며 △평화집회 보장, △경찰폭력 공개사과, △성폭언경찰 징계를 요구했다.
이내연 군산경찰서장은 24일 두 차례에 걸쳐 이들을 만나 "평화집회는 보장할 수 있으나 공개사과는 할 수 없다"고 버티고, 성폭언을 자행한 문 계장에 대해서는 "조사 후 조치하겠다"고 되뇌었다. 시민모임 회원들은 27일에도 배회선 전북지방경찰청장을 만났으나 대답은 군산경찰서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전북여성단체연합 오수연 성과인권위원회 간사는 27일 전북지방경찰청에게 문 계장을 중징계하라고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심한 성적 폭언을 들었던 피해 여성인권활동가는 문 계장에 대한 소송을 준비중이다.
19개 여성·인권단체, 경찰폭력 규탄
한편 뒤늦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다산인권센터, 한국여성의전화연합 등 19개 여성·인권단체는 경찰이 자행한 여성인권활동가에 대한 언어성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27일 술에 취해 문규현 신부의 멱살을 붙잡고 폭력을 행사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으려던 여성인권활동가에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한 군산경찰서 문승태 계장을 파면하고, 여성활동가에게 공식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3월 23일) 집회방해, 욕설과 구타, 성폭력 언사까지 일삼는 것은 경찰의 공무수행이 아니"라며 23일 자행된 일체의 경찰폭력에 공식사과하고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다.
부산, 신고한 집회마저 가로막아
부산에서도 경찰이 자전거를 타고 행진을 하는 것을 가로막았다. 시위용품으로 신고한 자전거가 교통을 혼잡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는 것을 막는 다는 이유로.
지난 24일 금속연맹 부산양산지역본부는 사직운동장에서 '정리해고 분쇄 및 김대중정권 퇴진을 위한 금속노동자 결의대회'를 마친 후 1백여대의 자전거를 이용해 행진을 하려했으나 경찰이 가로막았다. '노동자퇴출 중단', '김대중 정권 퇴진' 등 구호가 적힌 몸벽보를 붙인 채 행진하려던 조합원들을 6백여 경찰을 동원해 겹겹이 에워싸고 자전거 행진을 막았다. 경찰은 조합원들을 인도로 몰아 붙이고 행진을 가로막을 뿐이었다. 부산에서는 지난 17일에도 경찰이 방송차량을 통해 폭력집회를 유도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방송차량을 '탈취'한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한 부산지방경찰청 정보과의 한 관계자는 "집시법상 주변의 교통질서유지를 위해 사전에 집회내용을 제한할 수 있다"며 더 이상 언급을 회피했다. 부산인권센터 이재학 씨는 "자전거 사용을 못하게 하고, 방송차량을 빼앗는 것은 본질적으로 보장돼야 할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 가로막는 것"이라며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 집회를 교통혼잡이라는 개념을 차용해 가로막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