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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 ‘폭력배’, 대우노조원 집단 폭행

무저항 시위대에 방패, 곤봉, 군화발로 집중 구타


10일 오후 4시경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인근 도로에서는 무장한 전투경찰 병력이 대우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곤봉과 방패 등으로 집단 폭행해 수십 명의 노동자들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노동자들은 상의를 모두 벗고 길바닥에 연좌한 채 무방비 상태로 있었기 때문에 특히 부상자 규모와 그 정도가 심했다.


◎ 사건 경위

이날 오후 1시경 대우자동차 노조원들은 노조사무실로 가기 위해 인도를 따라 부평공장 남문 쪽으로 걸어갔다. 부평공장 외곽 약 1백미터 지점부터 경찰이 노조원들을 저지했다.
노조측 법률 대리인 박훈 변호사는 전경들에게 “현재 경찰의 행위는 노조활동을 방해하는 것이다. 업무방해죄로 당신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전에 즉시 해산하라”는 경고를 수 차례 거듭했다. 그러나 전경들이 막무가내로 버티면서, 세 차례에 걸친 몸싸움이 전개됐고, 그 과정에서 조합원 8명이 연행되기도 했다.

거듭된 몸싸움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불법행위를 중단하지 않자, 오후 4시경 금속연맹 법률원 박훈 변호사는 “모두 상의를 벗고 자리에 누울 것”을 지시했다. 박 변호사는 “그렇게 드러눕자고 한 것은 차마 그 상태에서 전경들이 우리를 치고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며 “우리 스스로 무저항을 선언한 것이었기 때문에, 경찰에게는 (순순히 연행할 수도 있는) 선택의 여지가 많았다”고.

그러나 그것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상대의 허점을 노리던 ‘미친 개’처럼 전경병력은 순식간에 길바닥에 앉아 있던 노동자들을 덮쳤다. 앞줄에 앉아있던 노동자들의 몸을 밟고 지나가면서,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는 노동자들을 방패로 내리찍었다. 또 야구방망이 휘두르듯 진압봉으로 노동자들을 가격했고, 이미 쓰러진 노동자의 머리를 수차례 반복해서 군화발로 걷어차는 만행을 서슴지 않았다. 전경들이 지나간 자리엔 옷가지와 사람들이 쓰레기처럼 널렸고, 폭행 당한 조합원들의 몸마다 선혈이 낭자했다. 집단구타를 당한 조합원들은 온몸을 파르르 떨며 절규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도 아무런 저항의사도 저항능력도 없는 사람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극악하다. 특히 경찰이 곤봉․방패․군화발로 쓰러진 노동자들의 머리 부위를 집중 가격한 점에서는 ‘살의’마저 느껴진다. 이미 전투경찰 대오 안으로 연행된 노동자를 집단구타한 사례 역시 이번 사태가 다분히 의도적이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11일 홍근수 목사, 오종렬 상임의장 등의 항의방문을 받았던 부평경찰서장이 별다른 해명도 못하고 ‘사과’를 언급한 것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역설적으로 드러내주었다.


◎ 배경

이번 사태는 회사와 경찰병력이 정당한 조합활동을 위법하게 봉쇄한 것에서 기인했다. 대우자동차측은 지난 2월 19일 정리해고에 반발해 농성중이던 해고노동자들을 공권력을 동원해 몰아낸 이후, 줄곧 경찰병력을 동원해 해고자들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막아왔다. 이에 노조는 법원에 ‘노조사무실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지난 6일 인천지방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노조사무실 출입의 법적 정당성을 재확인한 바 있다.

이에 노동자들은 9일부터 노조사무실 출입을 시도했으나, 경찰은 법원의 결정도 무시하고 출입을 봉쇄했다. 또, 10일엔 법원 집달관이 판결 공지문을 회사 건물에 부착하는 것마저 방해하기도 했다.한 조합원은 “법을 집행한다는 경찰 스스로 법을 무시하면서 무슨 법치국가”냐고 분개했다.


◎ 피해자 반응

대우자동차 노조는 확인된 부상자만 40여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 가운데엔 갈비뼈가 부러지고 부러진 갈비뼈에 폐를 찔린 홍아무개 씨 등 중상자만도 10여 명에 이른다. 현재 인천시내 10여 개 병원에서 부상당한 조합원들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몸 곳곳에 멍자국이 선명하고 부기로 눈뜨기조차 힘든 노동자들, 다리와 팔에 깁스를 한 노동자들이 병실을 지키고 있다. 갈비뼈 골절로 부평 세림병원에 입원중인 최형찬(37) 씨는 “죽지 않고 이 정도인게 다행일 정도”라며 허탈해 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눈물을 글썽이며 “그들이 과연 정당한 법집행을 하려는 공권력인지…, 이것이 우리 인권상황의 현주소”라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노동자들과 더불어 집단폭행을 당해 인천 사랑병원에 입원중인 박훈 변호사는 “아무 방법도 생각나지 않는다”며 “법도 안 통하는 데… 힘으로 해야지”하며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