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불법집회’라 해도 참석 자체는 막지 못한다
불법집회에 참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집회참석을 제한해 왔던 경찰의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16일 서울지법 민사6단독 이건배 판사는 집회에 참석하려다가 노상감금당했던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사무국장 등 4명에 대해 국가가 각각 200만원씩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2월 6일 류 사무국장 등은 한미행정협정 개정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석하려다가, “불법집회에 참석할 우려가 있고 공동의 목적으로 모였으니 집회가 명확하다”는 이유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후문 노상에서 경찰들에 의해 2시간 동안 감금당했다. 이에 류 사무국장 등은 같은 달 11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던 것.
소송대리인 이상희 변호사는 변론에서 “단지 금지된 집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현장에 온 행위 자체만으로 원고들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6조(범죄의 예방과 제지)에는 △범죄행위가 목전에 행하여지려고 하고 있다고 인정되고, △인명․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어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만 경찰이 그 행위를 제지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이번 판결로 집회참석을 원천봉쇄하는 경찰의 행위가 더 이상 ‘범죄예방 차원’으로 정당화되기 어렵게 됐다.
류 사무국장은 이번 판결이 경찰의 계속되는 “인권침해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환영하며, 앞으로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피해를 받는 모든 사람들에게 “끝까지 국가의 책임을 물을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