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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조건부 신고시설 정책 재검토해야"

시설 내 생활자 인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열려


알콜중독자와 정신질환자를 무기한 수용하면서 인권침해를 자행해 "형기없는 감옥"으로 불려온 조건부신고 복지시설 운영에 대해 인권사회단체들이 전반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4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7개 장애인권단체들이 모인 조건부신고시설생활자인권확보를위한공동대책위(준)(아래 공대위)는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성실정양원'과 '은혜사랑의 집' 사례를 통해 지난 2002년 보건복지부(아래 복지부) '미신고복지시설종합관리대책추진지침'의 문제점과 정책 대안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관련기사 본지 1월 10일자 참조>

당시 복지부는 미신고시설이라 하더라도 2005년 7월까지 사회복지생활시설 신고기준을 충족하면 합법적인 신고시설로 전환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꽃동네현도사회복지학대학교 이태수 교수는 "조건부시설의 개념을 도입해 미신고시설을 신고시설로 유도하려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의사·간호사 의무 배치를 면제하는 등 시설 복지 수준을 지나치게 하향 조정하고, 인권침해 개연성에 대한 행정적 관리체계도 마련하지 않아 국가 책임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또 이 교수는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비한 관리감독 방안으로 지방자치 단체에 '미신고시설 특별 관리·지원팀'을 구성해 지원과 감시 기능을 함께 부여하도록 제안했다. 하지만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상임활동가는 "지방자치단체와 시설운영자가 유착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조사와 관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산인권센터 김칠준 변호사는 민간 단체의 역할을 강조하고 "민간단체의 평가를 받는 사회복지시설에게 먼저 시설 개·보수와 인력 등을 차등 지원해 시설들 사이에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시설운영자를 대상으로 하는 인권교육 실시 △생활자 인권보장매뉴얼 작성·보급 등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쏟아졌다.

한편, 이 날 방청객으로 참석한 복지부 복지정책과 박문수 씨는 "귀는 열되 입은 다물겠다"며 시종일관 입장 표명을 회피하다 "복지부 지침은 비록 불법적인 수용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가진 긍정적인 면을 살리기 위해 처벌을 유예한 것"이라고 변호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경우 정신보건법이 규정하는 전문의 진단서 등 절차를 지켜야 하는데 행정부 지침이 법 위반에 따른 처벌을 유예하거나 면제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토론회를 지켜 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박숙경 팀장은 "민간단체들이 최대한 그 역량을 끌어내어 시설의 소규모화, 지역사회에 기반한 복지서비스 제공 등 장기적인 방향과 인권유린 방지책을 내놓은 자리였다"고 평가하고 "빠른 시일 내에 공대위 입장을 정리해 정부가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