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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헌재 "법원 100미터 이내 집회금지는 합헌"

예외 인정않는 과도한 제한, 이전 결정취지와도 배치

24일 헌법재판소(주심 이공현 재판관)는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각급법원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현행 집시법 제11조는 △국회의사당 △각급법원 △헌법재판소 △대통령관저 △국회의장공관 △대법원장공관 △헌법재판소장공관 △국무총리공관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 등의 경계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에는 집회를 통하여 형성된 의사를 집단적으로 표현하고 이를 통하여 불특정 다수인의 의사에 영향을 줄 자유를 포함"하며 "집회·시위장소는 집회·시위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집회·시위장소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만 집회·시위의 자유가 비로소 효과적으로 보장되므로 장소선택의 자유는 집회·시위의 자유의 한 실질을 형성한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헌재는 "법원의 기능은 사법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이 확보될 때에만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데, 사법작용의 공정성과 독립성은 헌법적 요청이므로…(해당 조항은)…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독립된 건물을 가지고 그 주변의 일반건물과 어느 정도 이격거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 법원의 일반적 구조상 제한되는 집회·시위의 범위는 상대적으로 작은 반면 사법기능의 보호라는…공익은 매우 커서, 법익의 균형성도 갖추었다"고 주장했다.

이번 헌재 결정에 대해 김승환 교수(전북대 법학)는 "집회의 자유는 보장이 원칙이고 제한은 예외"라며 "특정 건물부터 일정한 경계지점까지 일률적으로 집회금지를 규정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지나치게 도식적이고 기계적이고 결과적으로 과도한 제한의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또 "법원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기관은 존중되어야 하고 법으로 보호받아야 하지만 (국가기관의) 기능 수행에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는 경우에도 포괄적으로 집회를 금지시키는 것은 우리 헌법 제37조 2항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권에 대한 과잉금지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이번 결정은 집회의 자유에 관한 헌법정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없이 손쉽게 내려진 결정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이번 결정이 헌재의 이전 결정 취지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2003년 10월 헌재는 '국내주재 외국의 외교기관'의 100미터 이내 장소에서 집회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집시법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하면서 △외교기관에 대한 집회가 아니라 우연히 금지장소 내에 위치한 다른 항의대상에 대한 집회의 경우 △평화적 피켓시위와 같은 소규모 집회의 경우 △예정된 집회가 업무가 없는 휴일에 행해지는 경우 등 "보호법익에 대한 위험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대하여 예외적으로 집회를 허용하는 규정을 두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2003년 12월 집시법 대거 개악 당시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의 기능이나 안녕을 침해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면서 △당해 외교기관이나 외교사절의 숙소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 △외교기관의 업무가 없는 휴일에 개최되는 경우에는 옥외집회 및 시위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번 결정에서 소수의견을 낸 윤영철·송인준·전효숙·이공현 재판관도 "아무런 예외를 두지 아니하고 이 경우에까지 집회·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법원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입법목적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이상의 제한"이며 "(해당 조항이) 추구하려는 공익에 비하여 불필요하게 과도하게 집회·시위의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법익의 균형성을 상실"했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대사관에 대한 헌재 결정의 취지를 이번 경우에 적용한다면 법원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 집회나 법원 휴무일인 토·일요일에 열리는 집회 등 예외를 만들 수 있다"며 "예외적으로 허용가능한 길을 열어놓지 않고 전면 금지하는 것은 이전 헌재결정과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법원과 함께 헌재도 100미터 이내 집회가 금지되는 장소에 속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창원지법 진주지원 정문 앞에서 개최된 미신고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하 아무개 씨 등 2명이 제출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지난해 8월 진주지원 권동주 판사가 받아들임으로써 이뤄졌다. 당시 재판부는 사법독립과 법관의 안전,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원 앞 집회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이 조항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측면이 있어 위헌성이 의심된다"고 밝힌 바 있다.

하 아무개 씨 등 2명은 이른바 '진주총기사건'으로 불구속기소된 경찰에 대해 2003년 1월 법원이 벌금을 선고하자 검찰의 항소제기를 촉구하며 진주지원 앞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 약식기소됐다. '진주총기사건'은 지난 2001년 11월 진주의 한 술집에서 맥주병을 깨고 후배를 다치게 한 후 집으로 돌아온 권 아무개 씨를 진주경찰서 소속 이 아무개 경사가 검거하는 과정에서 총을 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