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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의 편지

후원인들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상임활동가 편지
후원인들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정록(상임활동가)

'사람사랑'을 통해서 인권운동사랑방이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활동가들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지 후원인 여러분께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번 상임활동가 편지를 쓰면서는 문득 후원인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네요. 올해 사랑방에서 중심활동팀 활동을 하면서, 이런 저런 고민과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런 가 봐요.

중심활동팀에서는 안산 중소영세사업장 공단노동자 조직화 활동과 마포 중고령 여성노동자 컴퓨터 교실을 다른 단체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각기 다른 지역에서 다른 단체와 벌이는 이 활동들에서 제가 기대하는 바는 ‘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가고 그들과 함께 사회를 바꿔보려는 힘을 기르는 것’ 정도로 말할 수 있겠네요. 제 딴엔 다양한 경험들을 쌓고 세상살이에 대해서 또래들보다는 많이 알겠거니 생각했었는데 별로 안 그런 것 같아요.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비슷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과 지내오면서 어느새 자기만의 사고방식에 갇혀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상투어처럼 말하게 되는 정권비판과 민중들의 삶의 팍팍함을 말하기 전에, 자본의 잔인함, 그리고 짓밟히는 노동자의 삶을 쉽게 말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되묻게 됩니다. 누구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고.

독백인지, 아니면 굳이 이런 말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서로 즐거우라고 하는 말인지, 정말로 ‘저’ 사람들의 마음에 울림을 만들어내고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는 진심어린 노력인지 말이죠. 기자회견, 집회, 회의에 쫓겨 정신없이 생활하다보면 우리의 활동이 변화를 만들어내기보다는 반복되고 있다는 느낌이 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였는지 인권운동사랑방은 작년과 올해 20주년 평가 논의를 거치면서 활동을 근본적으로 되짚어보고 있죠. 개인적으로는 활동가를 자처하는 나는 과연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와 저항, 기쁨, 분노를 잘 느끼고 듣고 있는지, 나의 말과 행동이 그들에게 들릴 수 있을지가 참 고민되는 요즘입니다.

안산 반월공단에서 직접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정말 나는 몰랐던 거대한 다른 세계에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안산만 그렇겠어요? 사무실이 자리한 홍대에 밀집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많은 이들의 생활이라는 것도 제가 얼마나 알까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잘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는 관계 속에서, 돈이 배치한 자리에 묶여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을 바꾸고 싶은 활동가, 운동가는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특정 분야, 정책, 전문가집단 등에 정통한 활동가도 필요하겠지만, 전문가나 학자가 아닌 활동가라면 다른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력, 그 속에서 변화의 계기들을 포착해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기에는 제가 너무 귀가 닫혀있고,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래서 후원인 여러분의 이야기가 참 궁금합니다. 정말 다양한 장소에서 다르지만 비슷한 관계들을 맺고 살아가는 후원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생계를 위해서 다른 직업을 갖지 않고 인권활동만 하는 제 입장에서는 제가 머리로만 알고 있는 현실이 너무 많은 것 듯합니다. 중심활동팀에서 최근에 함께 본 ‘인간의 조건’(시대의 창)이라는 책을 보면서 먹고살기 위해서 타협하고 포기하고 버려야 하는, 하지만 결코 버릴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떠올렸습니다. 명확하게 정리되거나 설명되진 않지만 우리가 이야기하는 인권, 인간의 존엄이 냉정한 현실 속에서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더운 여름 후원인들께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