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출국기한 8월말로 연기…추방정책이 인권침해 불러
3월말 정부의 강제출국 조치를 앞두고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부당 대우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25일 정부가 8월말로 출국기한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3월과 올 1월에 이어 불법체류 이주노동자에 대해 세 번째로 취한 출국 유예 조치이다.
지난 20일 평등노조 이주노동자 지부는 최근 체불임금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논평을 내고, "96년 이후 꾸준히 감소되었던 체불임금건이 추방정책 강화 이후 다시 급증하고 있다"면서 "이는 고용주들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부에 고발돼도 정부가 알아서 불법체류자들을 추방해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 지난 17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유일산업에서 일하던 이주노동자들이 회사에 퇴직금 지급을 요구하자 고용주가 "출입국에 넘겨버리겠다"며 이들을 강제로 차에 태우려고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노동자들은 강제 출국을 두려워 한 나머지, 당연히 받아야 할 퇴직금도 받지 못한 채 탈출을 해야 했다.
구미가톨릭근로자문화센터의 김명순 간사 역시 "최근 단속이 두려워 노동환경이 열악한 영세 사업장으로 옮기거나 낮에는 아예 외출조차 하지 않고 밤에만 일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수가 증가해 왔다"면서 "고용주들의 횡포뿐만 아니라 경찰과 출입국관리소의 단속 역시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을 더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정부의 이번 출국 유예조치가 추방을 앞두고 애 태우던 15만여 불법체류 이주노동자들에게 숨을 되돌릴 여유는 주었지만, '이 역시 시도 때도 없이 불어닥치는 정부의 단속·추방정책일 뿐'이라는 것이 관련 인권단체들의 비판이다. 안양이주노동자의집 이영아 상담원은 "당분간 이주노동자들에게 안도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결국 8월말까지 이들에 대한 추방이 유예된 것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이러한 정책이 계속되는 한 추방을 앞두고 사장들이 고의로 임금을 미루면서 주지 않는 등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체류심사과의 고석권 계장은 "이번 출국유예 조치는 이주노동자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있지 않고 외국인력이 일시 출국할 경우의 인력난 심화 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취해진 한시적 조치였다"고 설명해 우리 노동시장의 사정에 따라 출국과 유예가 반복되고 있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이러한 정부의 정책에 대해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의 이윤주 지부장은 "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고 일부 이주노동자만을 합법화하는 고용허가제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이주노동자의 합법화와 사업장 이동의 자유, 노동3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