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병원 하청노동자 노동권에 빨간불
"노조단체복을 벗지 않으면 재계약에 불이익을 주겠다" "자식들에게까지 손배가압류로 손해가 간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아래 보건의료노조)이 27일 발표한 성명은 전남대병원 하청노동자들의 노동권에 빨간불이 켜졌음을 알리고 있다.
주로 청소와 시설관리직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이 받는 실질임금은 약 50만원 정도. 최저생계비 64만 184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하청노동자들은 지난 2002년부터 노조를 결성해 임금인상과 계약 해지에 따른 고용불안 해소를 요구했다. 그러나 병원 측은 하청업체에게만 책임을 미루고 불성실 교섭으로 일관해왔다.
최근 병원 측은 하청노동자들에게 병원 안팎의 집회 금지는 물론 현수막·벽보 부착 및 홍보물 배포를 금지했다. 심지어 조합원 66명을 상대로 '집회·시위 개최금지 및 업무방해금지가처분'을 신청해 지난 12일 광주법원은 이를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내용을 살펴보면 집회 금지는 물론 △병원 규정 복장 외의 단체복 착용 금지△병원 내에서 허가하는 장소 외에 현수막, 게시판 설치 금지 △환자 등을 상대로 서명 금지 △도급업체 근로자들의 정당한 근로행위 방해 금지 등 광범위한 노조 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하청노동자들은 1일 1백만원 씩 벌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병원부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집회를 소규모로 진행하고 있어 노동권의 심각한 후퇴를 초래하고 있다.
병원 측의 탄압은 도를 넘어 총무과 및 하청업체 직원들이 수시로 하청노동자들을 감시하며 집회나 유인물 배포 시 폭력적인 탄압을 일삼고 있다. 강신원 노조지부장은 "심지어는 (청소)업무를 하고 있는 중에도 단체복을 강제로 벗기기도 한다"고 현장의 심각한 상황을 전한다. 보건의료노조의 성명에서도 이들이 환자보호자들이 보는 앞에서 사진기나 캠코더를 들이대고 수시로 사진을 찍고 있으며 "집에 빨간 딱지 붙인다"는 등 협박을 일삼아 청소여성노동자들이 잠도 제대로 못자고, 한 노동자는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고 밝히고 있다.
전남대병원에 고용되어 있는 하청노동자는 약 4백 명이다. 그 중 노조에 가입한 사람은 80여명 정도. 시설관리 업무를 담당하다 계약해지로 인해 해고되었다는 강 지부장은 병원 측의 탄압이 너무 심해서 노조에 가입했다가도 탈퇴하는 비율이 높다고 말한다.
보건의료노조 김성주 선전부장은 "전남대병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몇 안 되는 국립병원이다. 공공의료기관으로서 모범을 보이기는커녕 일반 병원보다 비정규직 고용이 훨씬 많을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노동3권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