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가까이 오면 언제나 그렇듯이, 올해도 다양한 지원단체들은 '사랑의 성금'을 모은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경우, '사랑의 체감 온도탑' 이라는 행사를 통해 1,205억을 모금하겠다고 밝혔다. '사랑의 열매' 달기 및 콘서트, 이웃사랑 캠페인도 진행한단다. 이 모두가 차상위 계층의 빈곤층과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하기 위해서이다. 이밖에 '행복한 겨울 만들기'를 통해 12만 1천여 빈곤가구 및 2만8천여개 사회복지시설에 쌀, 김치, 연탄, 난방비와 생계비, 의료비 등에 총 34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지원사업의 아이템은 '고슬고슬 쌀밥 나누기', '아삭아삭 김치 나누기', '뜨끈뜨끈 사랑의 연탄 나눔', '뜨끈뜨끈 아랫목 지피기', '후끈후끈 방한복 나눔', '사랑의 집고치기', '사회복지시설 차량', '빈곤가정 위기지원 사업' 등이다. 빈곤으로 위기상황에 놓여있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노력, 이에 동참하는 시민들을 보건대 그래도 아직 한국사회가 '정'과 '공동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민간의 지원에 뒤에 숨어 국가가 빈곤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연초 돈이 없어 전기료를 내지 못해 촛불을 켜놓고 잠들다 숨진 여중생의 이야기가 알려지자 정부가 내린 조치는 3개월 정도의 체납액을 유예시켜주는 정도였다. 보건복지부는 빈부격차가 날로 심각해지자 부양의무자 기준을 조금 완화시키는 방식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을 국회에서 추진 중이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8.31부동산 대책은 흐지부지 되고 있는 가운데 노숙인, 쪽방 거주자 등 주거취약 계층은 거리와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렇듯 빈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보충적이고 잔여적인 방식일 때 '여전히' 가난한 사람은 '자선과 시혜'의 대상으로 남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긴급구호 현장활동가가 전하는 이야기는 지원과 구조변화에 대한 노력을 어떻게 기울여야 하는지 말해준다. 가령, 물난리가 나서 긴급구호가 필요한 지역이 있다고 하자. 당장 고인 물을 퍼 나르고 물에 젖은 가재도구를 말리는 작업이 진행된다. 전염병이 나지 않도록 주변시설을 소독하는 일, 식수와 식량을 공급하는 일, 병든 사람들을 치료하는 일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물이 계속 차오른다면? 그 물의 흐름을 막으면 된다. 그러나 물을 흐르게 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을 드러내려는 세력은 물을 계속 흐르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지원은 자칫 지원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또 다른 예속의 가능성으로 묶어둘 수 있다. 그래서 지원은 물을 흐르게 하는 권력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가운데 진행돼야 한다. 구조와 질서의 변화를 함께 고려해지 않는 지원은 독이 될 수도 있다. 빈곤은 '나라님'도 구제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아니다. 빈곤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묻자. 민간 지원을 하지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민간의 뒤에 숨어 국가의 의무를 방기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지우자는 것이다. 그 작업은 가난한 사람들과의 연대와 참여 속에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