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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이야기

평등을 향한 전태일 정신으로 "오, 체제전환!"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존중받는 사회,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권리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전태일 열사 54주기를 맞으며 국민의힘이 낸 논평이라면 믿기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이 집권한 정부는 9일 열린 전태일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불법, 폭력시위’라며 강경 진압했기 때문이다. 굵직한 파업만 해도 화물노동자, 조선소 하청노동자,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이 윤석열 정부에서 어떻게 탄압받고 진압당했는지 모두 알고 있다. 대변인의 진의가 무엇이든 모두가 아는 거짓말이다.  

“노동자의 삶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정치의 본령임을 되새기며 노동자 권익 보장에 더욱 힘쓸 것을 다짐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낸 논평이라는 게 어색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의 괴리에 관해서라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다를 바 없다. 민주당은 자신이 집권한 정부에서 근로시간 단축 법제화, 중대재해처벌법 입법 등이 있었으며 윤석열 정부는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노란봉투법을 거부권으로 가로막았다며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폭거”를 지적했다. 틀린 말은 없으나 거짓말이다. 모두가 속는 거짓말. 

문재인 정부는 ‘주 40시간 노동’이라는 기준을 엉뚱하게 해석해온 지침을 바로잡았다. 주 5일 동안 12시간 연장근로가 가능하고 남은 주 2일 동안 각각 8시간 근로를 시킬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해석이 당시까지 정부 지침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했다. 12주 동안 주 64시간 근로를 시키면서 연장근로수당은 안 줘도 되는 개악이었다. 게다가 특별연장근로제도를 본격화했다. 일본이 반도체 부품 수출을 규제한 일명 ‘소부장’ 사태가 계기였다. 반도체 부품을 국산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분야에 집중노동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특별연장근로는 연구개발이 아닌 업종으로 급속히 확산되었다. 

최근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혁신성장을 위한 특별법) 추진을 당론으로 정했다. 같은날 경총 회장을 만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재계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도 연구개발에서 노동시간을 유연화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미 해오던 것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주 69시간 근무’가 논란이 될 때 더불어민주당은 마치 자신들이 노동시간 단축의 수호자인 것처럼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노동을 유연화하는 데서 민주당 정부는 한번도 뒤쳐진 적이 없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는 고용의 형태와 기간을 유연화하고 문재인 정부는 노동시간과 임금체계를 유연화했다. 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요구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으로 무마하려던 시도나 문재인 정부 시절 노란봉투법을 추진하지 않았던 자신까지도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너도나도 전태일을 기억하며 그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걸 말릴 일은 아니다. 양당이 공히 전태일 정신을 왜곡하며 사람들을 기만하려고 해도 다르게 기억하고 계승하려는 이들까지 지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민주노총이 전태일 정신 계승의 적자를 자임할 때 아무도 그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전태일 정신도 시대에 맞춰 새롭게 되새겨져야 한다. 

체제전환운동 조직위원회는 올해 노동자대회에 함께 참여하면서 사전집회를 열었다. <전태일 정신, 평등을 향해! 가자, 체제전환!> 전태일 정신은 평등 정신이었다. 노동자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착취당하지 않는, 높낮이 없는 땅을 만들려는 정신이었다. 우리 시대 평등정신은 더욱 많은 요구들과 연결된다. 노조법 개정과, 차별금지법 제정과, 팔레스타인 해방과, 주거권 쟁취 등의 요구가 평등정신으로 만난다. 

조직위원회는 무엇이 평등을 가로막고 있는지 살피며 평등을 열어가자고 했다. 지금 수많은 사람들에게 닥친 위기, 물가와 부채와 과로와 죽음과 차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기후위기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윤을 위해서라면 생명도 생태도 평화도 하찮은 것으로 만들어온 것이 자본주의다. 보수양당은 그것을 숨기기 위해서만 생명을 말하고 평화를 말한다. 체제전환을 향해 힘을 모아가야 할 때다. 

사전집회에 모인 사람들과 함께 로제의 ‘아파트’ 리듬에 맞춰 구호를 외쳤다. 

세상을 바꾸자 세상을 바꾸자~ 공사 말고 농사 노예 아닌 노동 투자 대신 투쟁 전쟁 멈춰 전환 차별 없애 평등 포기 안해 용기 오 체제전환 

그렇게 조금씩 우리는 체제전환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