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2> 이모 씨는 책을 사러 시내에 갔다가 우연히 집회를 구경하였다. 경찰이 인도 통행까지 막자 항의했더니 갑자기 연행했다.
두 사례는 2008년 촛불집회에서 일반교통방해죄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형을 선고받은 시민들의 이야기이다. 집회 주최자들도 아니고 집회를 참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었던 사람들도 아니다. 집회가 어떤 것인지 알고 싶었고 우연히 시내를 지나다가 집회를 구경하였다. 그런데, 이런 행위가 10년 이하의 징역과 1천5백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는 중범죄라는 사실이 경악스러울 뿐이다.
2007년부터 검찰과 경찰은 집회참여자들에게 형법상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여 광범위하게 처벌하고 있다. 2007년을 기점으로 잡은 이유는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불기소된 사건 통계에서 2007년이 2006년보다 3백여건이 증가한 것을 통해 미루어 추측했다. 집회를 규율하는 집시법, 차벽이나 채증, 다양한 경찰장비를 통해 집회를 관리해온 경찰의 노하우도 상당할텐데, 형법까지 끌어들이는 의도가 궁금하다.
표를 보면, 전체 일반교통방해죄 사건 중 집회참여자들에게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한 통계는 없다. 정부가 통계를 안 뽑는 것인지 못 뽑는 것인지는 알 수는 없다. 다만, 일반교통방해죄를 통해 집회를 통제해온 관행이 한두 해가 아닌데도, 사회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운동이 대응해온 경험은 짧기만 하다. 검경이 일반교통방해죄를 큰 집회에 적용해 ‘무조건 소환-기소의견 송치-약식기소’라는 절차를 밟아 무더기 벌금자를 양산한 반면, 운동사회 대응은 벌금을 깍기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희망버스 사법탄압에 맞선 돌려차기 등을 만들어 집회참여자들을 처벌하는 관행에 맞서기도 했지만, 우리에겐 더 정교한 대응 논리와 집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헌법의 권리를 형사범으로 단죄해서는 안돼!
유엔 인권옹호자 선언에는 인권을 옹호하기 위한 권리로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를 손꼽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는 다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럼, 한국에서는? 집회의 권리는 ‘범죄 혹은 불온’하다는 낙인이 있다. 헌법을 수호하는 대통령들은 집회를 가리켜 ‘때법’이니 ‘비정상’이니 하는 말을 쏟아냈다. 이어 검경은 집회를 범죄화 하기에 바쁘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한국 사회에서 민주주의 성취는, 시민들이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거리로 나와 모여서 목소리를 냈기에 가능했다.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항쟁, 1987년 6.10항쟁은 검경이 그토록 규제하고 처벌하고 싶은 ‘불법집회’를 모든 시민들이 만들어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 노력으로 집회의 자유는 헌법 21조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평화로운 집회의 권리에 헌법의 옷을 다시 입히고 싶다. 이를 위해 형법인 일반교통방해죄를 헌법상 권리인 집회의 권리에 적용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
현행 집시법은 평화로운 집회를 ‘적법한’ 집회로 축소시키면서 집회가 실제로 평화로운지 여부를 떠나 조금이라도 위법한 사항이 생기면 ‘불법집회’로 만들어 버린다. 평화로운 집회는 사라지고 집회의 자유는 ‘집시법 상 적법한 집회’로 축소되거나 왜곡된다. 그래서 검경은 세상의 모든 모임을 합법집회와 불법집회로 나누고 불법집회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한다.
현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논리에 따르면, 도로나 인도 점거 등 아무리 평화로운 집회라도 집시법상 불법집회가 되는 한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된다. 그래서 검경이 규율하는 ‘불법집회’를 넘어서지 않는 한, 일반교통방해죄를 피할 방도가 없다. 기본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관행을 근본적으로 문제제기 하지 않는 한, 검경을 견제할 힘을 만들 수 없다.
평화로운 집회에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서는 안돼!
대법원은 평화로운 집회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판례를 내놓고 있다. 대법원은 타인의 법익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대법원2009도13846)이거나 미신고된 집회라도 해산명령이 불가하며(대법원 2011도6294) 금지통보된 집회라도, 실재 집회가 신고된 내용과 달리 타인의 법익 침해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으면 해산을 명하고 처벌할 수 없다(대법원98다20292)고 했다.
해산명령에 관해 매우 엄격한 대법원의 판결은 달리 말하면,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접인 위험을 명백하게 초래하지 않는 모든 집회는 보호되어야 하며, 평화롭게 진행된 집회에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해석을 ‘연결’시킬 수 있다. 현재 법원은 합법집회에서 신고된 경로를 이탈한 것에 대해 실재 교통방해 정도나 우회로 등을 놓고 판단하여 일반교통방해죄 무죄를 선고하는 경향이다.
이에 더해 우리의 주장은 집회 신고여부와 상관없이, 신고된 범위를 이탈했어도 금지한 집회라고 하더라도 ‘평화로운 집회’라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단지 집회로 인해 도로가 불통되었다는 이유(소통장해, 교통정체)로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지 말고, 도로에서 명백하고 현저한 위험이 발생하여 교통의 안전(최소한 사람의 생명, 신체 및 재산에 대한 침해의 위험)을 침해하는 행위에 관해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자는 취지이다. 도로에서 교통에 방해되는 방법으로 눕거나 앉거나 서있는 행위 등 교통소통을 방해한 행위는 도로교통법(157조 4호, 68조 3항 2호)으로 충분히 규제할 수 있다.
2008년 촛불집회 사례로 이러한 논리를 적용시켜 보면, 재판에서 집회 참가자가 단지 도로나 인도에 있었는가가 중요하지 않다. 촛불시민이 참여한 집회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화로웠는지를 판단한 후 교통 소통은 그에 따라 사회적으로 견디어야할 조건이 된다. 그렇다면 경찰의 역할도 집회참여자들로부터 차량을 유회시켜 집회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모습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공동의 노력이 필요할 때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한 경찰-검찰-법원의 삼각동맹은 견고하다.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계란은 깨지지만, 떨어지는 빗물은 바위에 금을 그을 수도 있고 바위의 모양을 변형시킬 수도 있다. 바위로 떨어지는 빗물의 마음으로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해 공동투쟁을 제안한다.
2008년 촛불집회, 2011년 희망버스, 2014년 세월호 진실규명 활동 등에서 많은 시민들과 활동가들이 일반교통방해죄라는 족쇄를 달고 있다. 공동투쟁의 내용은 앞서 일반교통방해죄에 대한 담론이나 법리개발 뿐만 아니라 검경조사와 재판과정에서 지난하고 힘겨운 싸움을 예고한다. 가령, 검경 조사과정에서 묵비권 행사, 채증자료 증거능력 부동의, 경찰이 작성한 정보상황보고서(집회를 시간대별로 정리한 것) 증거능력 부동의 등을 해볼 수 있다. 채증자료나 정보상황보고서는 우리의 실천 맥락을 설명하고 있지 않다. 단지 검찰과 법원은 이 자료에 ‘공모공동정범’이라는 개념을 넣어 연대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자료가 유죄의 증거로 인정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물론 쉽지 않은 선택이다.
또한 각각 재판에서 일반교통방해죄에 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할 수 있다. 일반교통방해죄를 집회에 적용할 수 없도록 형법개정안도 준비할 수 있다. 법 개정의 핵심은 과거처럼 ‘기타 방법’을 삭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교통방해죄가 교통의 안전을 보호하는 법익으로 규정해야 하고 일반교통방해죄가 헌법상 보장된 집회에 적용되어서는 안되는 문제의식이 충분히 드러나야 한다.
덧붙임
최은아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