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이 정당한 노조활동을 '공갈·협박' 및 '금품갈취' 등의 혐의를 씌워 탄압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다. 12일 오전 10시 안산노동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등 7개 단체는 명동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건설노조 탄압 진상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부터 2월 10일까지 대전, 천안, 경기서부 지역의 건설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 관계자를 면담하고 검경의 수사기록 등을 조사하는 활동을 벌였다. 검경은 '지역 건설노조가 건설원청(본사)업체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산업안전 미비점 등을 빌미로 협박해 노조 전임비를 갈취했다'며 지난해 9월과 10월에 걸쳐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의 지역노조 간부들을 구속·수배했다.
당시 대전충청지역건설노조 6명(1명 석방), 천안건설노조 2명(1명 석방)이 구속됐으며, 경기서부건설노조 조합원 21명에게는 소환장이 발부됐다. 이중 경기서부건설 노조 11명은 65일째 명동성당에서 '검경의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조, 협박 없었다' 관리자 측 증언
경기서부지역 진상조사에 참여한 다산인권센터 노영란 활동가는 "관리자 측에서는 '노조가 단체 협약을 요구했을 때, 타 사업장을 본보기 삼거나 본사와 논의 후에 단체 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며 "노조의 '협박이나 강요'가 있었다는 사실 뿐 아니라 이에 대해 민원을 제기한 피해자(관리자 측)도 찾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기서부지역 S현장에서는 노조와 단체협약 논의가 있던 2002년 4월경 '안전문제에 대해 1차적으로 노조에서 걸러 줄 수 있기에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관리자가 본사에 단체협약 과정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노조 전임금 지급문제 역시, '본사 법규팀 검토 후에 전임금를 주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이 관리자 면담을 통해 확인됐다. 이는 노조가 산업안전 미비를 빌미로 하여 회사측을 협박해서 금품을 갈취했다는 검경의 주장을 뒤엎는 조사 결과이다. 기타 지역에서도 단체협약과 관련해 노조의 협박이 있었다는 관리자 측 증언은 없다는 게 조사단의 보고이다.
짜맞추기 수사
특히 이번 진상조사에서 검경의 짜맞추기식 수사의혹이 한층 강하게 제기됐다. 경기서부지역의 경우 '노조로부터 협박을 받을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현장관리자들에게 경찰이 유사한 질문을 던지며 5시간 이상 조사했다는 진상조사단의 보고가 그것이다.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윤애림 씨는 "경찰이 노조의 은행계좌를 통해 (노조 전임비) 입금자(회사)를 찾아낸 다음, (그 회사에) 노조의 협박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끼워 맞추는 수사를 벌이고 있다"며 "이는 경찰과 검찰에서 주장하고 있는 고소고발에 의한 수사가 아니라 첩보, 기획 수사"라고 주장했다. 윤 씨는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피해자의 고소고발로 시작됐다는 증거는 이번 조사에서나 진행중인 재판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는 대전건설노조 재판에서 "경찰이 질문뿐 아니라 답변 내용도 미리 준비해 왔는가"라는 물음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장관리자가 "어느 정도 그렇다"고 진술했다 것으로 되어 있다.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건설일용노동자와 건설원청(본사)업체 사이의 단체협상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검경의 주장에 대해 조사단은 "하도급관계에 의해 이뤄지는 건설업의 특성상 건설일용노동자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이미 근로기준법이나 건설근로자의고용개선등에관한법률 등에서 본사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며 관계법령에 대한 검경의 무지를 지적했다.
고용주의 산업안전 책임, 당연한 것
윤애림 씨는 "산업안전 미비점에 대한 노동조합의 시정요구나 이러한 고소고발에 대해서 사용자가 느끼는 부담감 자체를 협박이라고 파악한다면, 대한민국의 어떤 사업장도 협박이 없다고 못할 것"이라며 검경의 비이성적이고 무리한 수사에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조사단은 검경의 수사 중단과 구속자 석방 등을 촉구하며, 16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대전지역에서 있을 첫 선고 재판을 주목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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