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논의, 정치권 이해득실에 따라 언제든 시작 가능"
강경선 교수(방송통신대 법학)는 지난해 11월 26일 열린 마지막 세미나에서 "정치권 동향을 보면 대통령의 임기를 현행 5년 단임제로부터 4년 중임제로 바꿔야 한다는 데에 여야 모두가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분위기만 형성되면 어느 때라도 국회차원의 헌법개정안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여당과 야당은 개헌논의를 할 것인지의 여부와 시점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한 후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행 헌법에 따르면 헌법 개정은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 대통령은 제안된 헌법 개정안을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며 국회는 헌법 개정안이 공고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개정안은 국회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의결된다. 또 의결 30일 이내에 국민투표에 붙여 국회의원 선거권자 과반수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의 찬성을 얻으면 확정된다.
강 교수는 "정치권에서 대통령의 임기조항을 골자로 개헌논의를 시작하더라도, 국민들의 편에서 보면 이 기회에 할 수 있는 한 국민주권 원리와 인권보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며 개헌국면을 미리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개헌의 목표는 '통일 예비헌법'
강 교수는 "민주화에 따른 국민들의 권리의식의 향상과 사회의 전문화, 그리고 법치주의 원리의 만남은 국민들 사이에 수많은 소송을 유발하였고, 그 결과 전례없이 많은 법적 논쟁이 활발히 전개되었다"며 "지난 18년 동안 논쟁의 과정속에서…각종의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하여, 정부기구들에 대한 헌법규정 중에서 어느 것이 어느 정도 미흡한가가 많이 드러난 상태"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우리는 '통일의 전야'를 살고 있다"며 "향후 전개될 통일을 준비하고 동시에 통일과정과 통일이후의 우리의 인류사적 사명을 위해 이 시기에 해야 할 우리의 과제를 최대한 헌법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개헌이 이뤄진다면 통일헌법 이전 마지막 개헌, 즉 '통일예비헌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 교수는 "대화가 있어야 평화적 통일이 가능한데 (현행 헌법은 북을) 대화의 상대로도 보고 적대적 관계로도 보는 모순을 안고 있다"며 "독일식 흡수통일이든 아니든 통일 과정이 시작되면 현행 헌법을 그대로 두더라도 내면적으로는 혁명적 상황이라고 할 만큼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주권 원리의 내실화 필요
강 교수는 "군사독재 시기 우리는 국민주권의 원리를 가장 강조했다"며 "계급의 격차와 외세의 영향을 받는 한 국민주권의 원리가 제약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국민주권의 원리의 내실화가 목표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권자의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그동안 헌법에 '개념만 있었던' 평화국가·문화국가의 원리가 강조되어야 한다는 것.
이어 강 교수는 "자유권은 인간의 권리이고 사회권은 (납세를 하는) 국민의 권리라는 인식은 지금은 없다"면서도 "사회권은 법이 보장해주면 좋은 것이고 보장해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은 여전하다"며 "사회권은 이 시대의 천부인권"이라고 강조했다.
과거청산 근거규정, 저항권 명문화 필요
헌법에 과거청산의 근거규정을 두는 안도 제기됐다. 강 교수는 "통일이후시기를 생각해서라도 과거청산을 위한 근거규정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로잡아 가는 동시에, 피해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배상을 시행함이 마땅하다"며 반인도적 범죄 등 헌법파괴적 행위에 대한 공소시효 배제원칙을 헌법에 명문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 개헌과제로 △배심·참심제의 근거조항 마련 △사형제 폐지와 관련한 생명권 조항 명문화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권의 명문화 등을 제기했다.
한편 강 교수는 "헌법은 주권자인 우리들의 권리와 의무의 내용을 민주적 정치틀 속에서 보장한다는 점에서 최고의 생활규범"이라며 "친근한 근본규범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예컨대 명칭을 '대한민국 국민의 법'이라는 식으로 고치는 것은 어떨까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