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저, 홍성 갑니다. 짧게는 한해, 길게는 두해동안 홍성에서 생활하게 되었는데요.
어떻게 말문을 틔울까 한참을 보고 있었는데, 저리 쓰고 또 한참을 가만 들여다봅니다. 소리 내어 말하기는 많았어도 이렇게 쓰기는 처음.
들썩거리던 마음이 괜히 이상해지는 걸요 하하하.
아 뜬금없이 안녕하세요, 전 돋움이다가 지금은 쉬고 있는 괭이눈입니다. 교육실이 인권교육센터 ‘들’로 새롭게 출발할 때 돋움활동을 쉬었으니.. 어느새 일년이 다 되어가네요. 그래도 홍성 내려간다는 소식에 이 자리 내어주니 하하하. 이참에 왠 홍성이냔 질문에 불쑥불쑥 왕왕대던 이야기들 좀 풀어내야겠다 싶어요. (뭐 있어 보이잖아ㅋ)
문득 알고 보니 개구리밥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끊임없이 하고 배우고 움직이며 많이 얻고 크고 가진 듯한데, 그렇게 정신없이 더해나간 듯한데, 그것들이 얼마나 강단지고 제대로 된 것들인지 새삼 의심스럽고 유약해 보이는 것 있죠. 볕 좋은 물웅덩이 가득 메운, 그저 동실거리는 개구리밥마냥 말이지요. 게다가 볕좋은 물웅덩이.. 그러게요, 이제껏 한번도 모자람 없는 도시를 벗어난 적 없고 늘 좋은 사람들 속에서 거들며 살아왔지 싶어 참 민망하더라고요. 지난 해, 부모의 이혼을 엄마의 죽음을 가난을 온전히 감내하면서도 삶의 무게에 눌리지 않는 아이들에게서, 사리고 있는 내가 보여 괴로웠고 좀더 다르게 뜨겁게 차갑게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끓어오르더군요. 여기서는 움켜쥐고 너무 많이 가진 나를 내어 놓지 못할 듯, 여러 의미에서 독립이지 싶어요.
그래도 여태 배운 게 죄다 가짜이기만 하겠습니까. 획일이 답답하고, 느리고 여림에서 나오는 반짝이는 힘을 믿고, 누구 말마따나 재미를 위한 혁명을 꿈꾸게 한 사랑방에서의 배움은 떠올리기만 해도 꽉 차오른답니다. 그 배움들을 좀더 튼튼하게 키워볼 요량입니다. 획일에 질문을 던지고, 느리고 여린 것에 힘을 북돋우며, 사람에 대한 한없는 믿음으로 말이지요. 도시 밖 사람들의 생활이나 다른 운동들도 열심히 기웃거리며 어떻게 엮고 꿸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할 거고요. 장 담그기, 술 담그기, 목공예 등 생활의 기술도 틈틈 익힐 건데요. 왠지 시골생활을 너무 야들야들하게 보는 거 아니냐는 핀잔 아닌 핀잔을 들을 듯한데ㅋ 몇 달 후에 후회와 미련으로 점철된 편지를 사랑방에 쓰더라도 뭐 어쩌겠어요. 내려가는 건 정해졌을 뿐이고~
솔직히 막상 내려갈 거라 하니 마음이 좋기만 한 건 아니예요. 끊임없이 여기저기서 팡팡 터지는 대박-_-시대에, 같이 여기에 있지 못한다는 게 못내 미안하기도 하고, 나는 못 견디고 외면하는 건 아닌지 자문하게 됩니다. 내려가서 지내는 내내 계속될 물음이겠지요. 근데 참 신기하죠? 외로울까봐 걱정은 전혀 들지 않아요. 헤어지는 게 초조하거나 슬프지 않으니.. 이 사람들이랑 참 오랫동안 한결같이 엎치락뒤치락했구나 싶으면서도 고마워요. 그래서 작은 바람 하나 있다면, 홍성에서의 공간이 사랑방 사람들에게 쉼터가 되었으면 해요. 숨이 턱턱 차오를 때, 도시가 너무너무 싫어질 때, 여행은 못하겠지만 어딘가로 훌쩍 떠나고 싶을 때 홍성을 떠올리길.
이래저래 두근거리는 한해가 될 듯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다들 머리 위로도 바람이 불겠죠. 차가우면차가운대로 뜨거우면 뜨거운대로 거세면 거센대로 살랑이면 살랑이는대로, 그 바람에 몸을 맡길 수 있어야 할텐데..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한 마디 건넨다면 너끈히 넘실거릴 수 있을 듯. 휘파람을 붑시다. 또 봐요, 여기서든 거기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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