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상반기 반성폭력교육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보드게임이라는 형태를 빌려서 교육을 기획해봤는데요. NGA에서 개발한 성 인지 교육을 위한 보드게임과 매뉴얼인 WE CAN CHANGE를 대여해서 활동가들이 모여서 게임을 통해 이야기를 해보는 것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사실 반성폭력교육을 준비하면서 모두가 옆 동네에서 개발했다는 보드게임 자체가 너무 궁금해서 꼭 해보고 싶다고 하다가 이번 기회를 빌려 하게 되었는데요. 심지어 반성폭력 위원들은 준비할 때 아직 주제를 선정하기도 전에 NGA까지 찾아가서 미리 게임을 해보고 오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기획된 이번 반성폭력교육의 주제는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는 폭력 혹은 성폭력’이었습니다. 특히 최근에 데이트 폭력에 대한 폭로들이 SNS를 통해서 퍼지는 현상들을 보면서 단순히 누구 개인의 문제로 여길 수 없다는 공감을 통해 이 주제를 선정하게 된 것인데요. 실제로 그 폭력이 물리적이든 아니든 많은 사람들은 주변인으로부터 폭력을 경험하거나 했고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지금의 현실인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폭력이나 성폭력들이 이렇게 곪아서 폭로될 때도 피해자는 스스로 피해자임을 증명할 것을 요구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는 특히 가해자의 잘못이 늘 인정에 호소 되고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포장되는 것과 비교하면 어처구니없는 2차 가해가 만연한 사회 임의 반증이겠지요.
이런 현실에 대해서 이번 반성폭력 교육은 NGA활동가인 나영님을 강사로 초빙해서 사람들은 왜 이런 폭력에 노출되는지 그런데도 그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또 진짜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등에 대해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물론 이런 상황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어떤 경우도 쉽게 대처하기 힘들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피해자를 ‘고립’시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정해있지 않은 것처럼 불시에 누군가가 나에게 피해 사실을 알려올 수 도 혹은 내가 그런 상황에 놓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 우리는 서로에게 손가락질이나 외면이 아닌 적극적인 듣기와 고립의 해소가 가능한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그렇게 강연을 듣고는 기대하던 보드게임을 해봤는데요. 사실 생각보다 규칙이 어려워서 게임을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모두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했는데요. 이 게임은 주어진 상황에 4명의 참여자가 각자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협의 중심의 게임이었습니다. 각자가 문제 상황에 어떤 것을 가지고 누구의 도움으로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지를 정해진 규칙 안에서 서로 말해보고 가장 나은 방식을 협의하고 또 다른 조의 참여자들과 서로 이야기를 공유해 나가며 점수를 획득하는 것이 기본 틀입니다. 처음의 규칙 설명으로 실제 게임을 실행하는 시간이 부족해서 아쉽기도 했지만 모두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유용한 툴로 시간적 여유가 더욱 있을 때 더 다양한 사례들로 해봤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들을 나누면서 반성폭력교육을 색다르게 준비해보고자 했지만 즐거운 만큼 아쉬운 지점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보드게임이라는 도구에 너무 정신이 팔린 나머지 교육과 게임 시간의 배분도 정해진 시간 안에서 모두 하기에는 좀 무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그 때문에 직접적인 토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도 같고요. 가령 ‘친밀한 관계에서 당사자가 인지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폭력의 경우’는 우리는 어떻게 할까와 같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상황들을 충분히 이야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아쉬움들을 담아서 다음번 하반기 반성폭력교육을 또 기대하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