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8일 공무원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공무원 노동조합 시대가 열렸다. 5.16 군사쿠데타에 의해 공무원 노조가 불법화된 이후 실로 45년만의 일이다. 14만 명의 공무원이 가입한 전공노는 민주노총에 가입을 결정하여 이후 공무원을 비롯한 공공부문이 노동운동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낳으면서 이들이 미칠 사회적 영향력에도 많은 관심이 쓸리고 있다. 앞으로 이들 공무원 노조가 활동하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에 대한 내부 고발이 강화되어 공무원 사회가 투명하게 될 것이고, 정책결정 과정에도 상당한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등 양대 공무원 노동조합이 이 법에 따른 합법 노조를 거부하고 법외노조로 남아 권리쟁취투쟁을 전개하기로 했다. 현행 법률과 시행령을 "독이 든 사과"로 표현하듯이 지금의 법으로는 정상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이 주장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등에게 이들 노조와 어떤 협상도 체결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 등 강경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만약 이들 노조와 협상을 체결할 경우에는 특별교부금의 삭감, 국책 사업에서 배제 등의 초강수를 두겠다는 노골적인 탄압 대책을 내놓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국회의원 70% 이상이 지지한 법에 의해 공무원노조법이 시행되게 되어 합법적인 틀이 마련되게 되었음에도 이를 거부하는 공무원 노조에 대한 강경한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공무원 노조들의 법 거부 선언에는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정부에서는 노동3권 중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노동 2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아전인수식의 정부의 주장일 뿐이다. 현행 법률과 시행령에 따르면 전체 56만 명의 공무원 중 6급 이하만 노조에 가입하게 하는 등 노조 가입 대상 자체에 대한 제한이 너무 심하다. 따라서 전체 공무원의 절반 밖에 노조에 가입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단체교섭 대상에서 노동자의 임금과 복지만으로 한정해 놓아서 정책, 예산 등은 아예 교섭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즉 지금의 법과 시행령은 공무원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으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엄격한 제약 속에서 무늬만 노동조합으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더욱이 노동조합이 노동조합으로 존립할 수 있도록 만드는 노동3권 중의 핵심인 단체행동권을 인정하는 않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체행동권이 없을 때 단체교섭을 지연하거나 협약을 파기한 정부에 대해서 무엇으로 대항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단체행동권이 인정되지 않는 전교조의 사례에서 우리는 정부의 무성의한 교섭 태도와 그에 대해 무기력할 수밖에 없음을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에 우리는 평소 정부가 주장했던 대로 국제기준에 맞게 공무원노조법령을 개정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정부는 ILO 조약을 14개만 가입하고 특히 노동기본권에 관련한 협약은 외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ILO는 우리 정부에 대해 노동운동 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권고를 내기도 했다. 또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도 우리 정부에 파업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하는 권고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국제노동기준을 외면하는 현행 노동정책에 대해 재고하고 그를 통해 공무원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법령의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노동기본권과 공무원 노동권을 보장한 ILO 조약들에 가입하고 그에 따른 법령의 개정을 통해 노동탄압국이라는 오명을 벗도록 정부가 먼저 노력하라.
- 2989호
- 노동조합결성권·파업권,논평
- 인권운동사랑방
- 200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