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후원인 인터뷰는 ‘인권재단 사람’에서 활동하는 우공 님입니다. 작년 후원인 모집 사업때 후원신청서를 내밀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입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모두가 한 번쯤은 인권과의 중요한 만남을 경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으신 우공 님입니다.
사랑방 후원인들에게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인권재단 사람에서 모금기획을 담당하는 우공입니다. 전쟁없는 세상 병역거부팀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공은 사자성어 '우공이산'의 그 우공입니다. 제가 뭐 특출나게 잘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하고 싶고 해야 하는 일은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서요.
인권재단 사람에서 현재 맡고 있는 ‘모금 기획’일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건가요? 재단 업무의 핵심일 것 같기도 하고, 왠지 만만치 않은 일일 것 같기도 한데요.
모금이 재단 업무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맞습니다. 그런데 그 일을 제가 다 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모금의 기본인 회원관리나 홍보업무는 다른 활동가가 맡고 있어요. 모금 기획은 모금 주제나 의제를 찾아서 어떻게 모금 할지를 정하는 일종의 컨셉을 잡는 기획역할 하는 것이죠. 작년에 코로나19로 긴급하게 대구 장애인권활동가들을 지원하기로 결정이 됐습니다. 애초 재단 모금 계획에는 없었죠. 코로나19는 아무도 예상 못했으니까요. 그럴 때 계획이 없어도 인권활동가들에게 재정이 필요한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기부자들에게 이야기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거죠. 이런 기획을 홍보, 회원관리 등을 하는 활동가들과 함께 고민해 진행하고 있어요.
모금 홍보활동은 주로 재단의 후원회원들 대상으로 하게 되나요?
꼭 그런 건 아니에요. 당연히 재단 정기후원자들은 기본이긴 하지만, 인권재단 사람의 목적 중 하나는 인권활동을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기도 해요. 재단을 통해서 인권활동가와 단체들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거죠. 인권이라는 가치, 원칙, 인권활동이 개개인의 삶에서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되는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하는 모금 기획도 인권이 녹아들어가 있는 사업이나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전달함으로써, 자기 삶에 인권이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걸 내심 목표로 합니다. 그렇게 자기의 이야기가 될 때, 당연히 좀 더 관심도 가고 마음도 낼 수 있으니까요. 재단 활동을 하며 더 잘하고 싶은 일이기도 해요.
사랑방은 언제 처음 알게 되고, 어떻게 후원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셨나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2000년대 초반 대학 다닐 때 인권하루소식을 봤던 것 같아요. 대학에 민주화운동 자료를 모으는 기록관에서 '근로장학생' 일을 했었는데 거기서 봤던 것 같아요. 신기해하며 봤던 기억이 있어요. 나중에 책 {서준식의 옥중서한}을 봤을 때 좀 더 분명히 사랑방이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지 알게 됐죠. 작년 후원인 모집 사업을 통해서 후원을 시작한 거니까, 그렇게 사랑방을 알게 된 후에도 엄청 늦게 후원한 거죠. 작년에 정기후원인 모집하는 캠페인이 좋았어요. 활동가 개개인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사랑방 운동을 드러내는 방식이 좋았던 것 같아요.
사랑방 활동이나 주장 중에 관심 있게 보는 게 있다면?
어떤 주제나 주장을 특정하기보다는 ‘인권으로 읽는 세상’은 계속 챙겨보려고 하는 편이에요. 바쁠 때는 제목만이라도 보려고 합니다. 각종 시사 정보나 사건들이 넘쳐나는데, 인권운동은 이걸 어떻게 봐야 하나 할 때 ‘인권으로 읽는 세상’이 도움이 됩니다. 궁금하거나 고민하게 되는 주제가 있을 때 자료를 찾게 되는데 그때도 ‘인권으로 읽는 세상’이 참고가 되고요. 그리고 일하다가 어떤 이슈가 궁금해지면 사랑방 홈페이지에서 검색을 자주 해요. 카테고리 분류도 잘 되어 있고, 홈페이지에서 검색도 잘 됩니다. 잘 정리되고 분류된 자료창고 같아요.
요즘 우공님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사안이나 화두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앞서 이야기한 거랑 겹치는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현재 재단에서 이주노동자 건강권 관련 모금을 준비 중이에요. 예전부터 그런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주노동자에게 의료접근권의 문턱이 굉장히 높거든요. 이주민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의료제도들이 충분히 설명되고 있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모금 메시지를 만들기 위해 자료들을 찾아보는데요, 그럴 때 선언문/논문/기자회견문 형태가 아니면서도 시민들에게 어떻게 이런 인권 의제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를 계속 고민하게 되요. 그런 게 재단의 역할과 위치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고요.
쉽지 않은 작업인 것 같은데, 우공님이 꼭 하고 싶은 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오네요.
그렇지요. 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너무 욕심을 내서 그런지 자꾸만 부족한 부분이 보이네요. 야심차게 시작했지만, 결국엔 부족한 모금 캠페인이 되는 건 아닌가 걱정입니다. 사고의 방식이나 말걸기 방식이 달라져야 하는데 참 어렵고 쉽지 않아요. 그래도 중요하고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어요.
평소에 책도 많이 읽고, 영화, 드라마도 많이 보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사랑방 후원인들에게 책 한 권, 영화 한 편, 드라마 한 편씩 추천하신다면?
요즘 영화관 가는 쉽지 않으니 넷플릭스나 왓챠로 많이 보는데요,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 {맬컴과 마리}가 인상적이었어요. 영화 형식이 특이해요. 등장인물은 부부인 멜컴과 마리 오직 두 사람인데요, 100분 내내 새벽에 이 두 사람이 집에서 싸우고 대화하는 걸 보여줘요. 이 단순한 형식으로 영화 내내 긴장감 있게 봤어요.
책을 한 권 추천한다면 {믿을 수 없는 강간이야기}라는 책입니다. 연쇄 성폭력을 잡는 과정을 두 명의 기자가 취재해서 쓴 논픽션입니다. 이야기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10대 피해 여성이 경찰 조사과정에서 자신의 피해 경험을 부인당하는 과정과 결국 범인이 여성 형사 두 명에게 잡혀서 이 피해자의 이야기가 사실이었음을 확인받는 과정이 그려져 있어요. 이 책에서 어떻게 성폭력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부인 당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줘서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을 원작으로 넷플릭스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는 드라마가 만들어졌는데요, 이 드라마에서는 가해자 서사를 지나치게 그리지 않으면서 그냥 범인을 보잘 것 없는 범인으로 그리고 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사랑방 활동가들에게 전하고 싶거나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하고 있는 활동들을 계속 잘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인권으로 읽는 세상’도 그렇고 그런 글을 꾸준히 쓰셨으면 좋겠어요. 글 형식이나 발행 주기가 바뀔 수도 있지만, 그 이름으로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기후위기와 같은 새로운 이슈에도 사랑방이 인권의 관점에서 열심히 하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도 그렇구요. 인권의 보편성이나 연대와 같은 가치들은 오랫동안 강조되고 반복되어왔지만, 시대에 맞게 새로 쓰여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지금 사랑방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원자로서 한 가지 더 바란다면, 작년의 후원인 모집 사업처럼 사랑방을 다른 방식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획이나 활동도 더 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활동가 한 명 한 명이 드러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어요. 저는 특정 의제나 그런 것을 잘 이야기하는 만큼이나 그 이야기를 누가 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후원자들도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를 궁금해 할 것 같아요. 또한 활동가들도 단체가 아닌 활동가 개인으로서 인정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활동가 인터뷰나 개인 엽서형태를 통해 활동가들의 활동이 잘 표현되는 것 같아 인상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