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 넌 뭐냐
2009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에서 낸 촛불 정식재판 사건에 대한 통계에 따르면, 민변에서 진행 중인 촛불 정식재판 사건 피고인 627명 중 88%에 이르는 551명이 집시법과 함께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되었다. 약식 기소되었던 것을 기준으로 벌금액을 보면 집시법으로만 기소된 60건의 경우에는 평균 62만 원이었으나, 집시법과 함께 일반교통방해죄로 기소된 경우에는 두 배를 훨씬 넘는 152만 원에 이른다.
집회・시위가 아닌 경우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가 적용된 사례가 문득 궁금해진다. 포털 뉴스를 검색해보니 (보도되는 이슈의 차이를 고려해야겠지만) 폭주족, 불법주차, 포장마차 등 손에 꼽고, 각각의 경우에 유무죄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차량통행 가능 여부에 대한 고려가 다 달랐다.
형법 15장 교통방해의 죄는 185~191조로 구성되어 있는데, 185조 일반교통방해는 육로, 수로,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에 대해 처벌한다는 것이다. 집회・시위 참가자들에게 형법 제185조를 적용할 때는 바로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했기 때문이라는 것. 어쨌든 집회・시위에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비단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2008년 화물연대 차량시위, 2004년 농민 트럭 시위에도 일반교통방해는 적용되었다. 각각의 경우 형법 제185조를 적용한 근거와 그 적용범위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2008년 촛불집회처럼 집회・시위 참가자 대부분에게 이를 일반화하여 적용한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나타난 특징이다.
이미 집시법 제23조는 동법 제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 또는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를 위반하거나,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에 따른 금지를 위반한 한 집회참가자에게 5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미 집시법 상 교통 소통 제한에 대한 것도 있고, ‘도로에서 일어나는 교통상의 모든 위험과 장해를 방지하고 제거하여 안전하고 원활한 교통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 도로교통법도 도로에서의 금지행위를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굳이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를 집회․시위 참가자들에게 적용하는 이유가 뭘까?
집회․시위 참가자들에게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를 적용하는 속내
형법 제185조(일반교통방해)는 육로, 수로 또는 교량을 손괴 또는 불통하게 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교통을 방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것이다. 형사소송법은 5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경미한 사건에 대한 현행범 체포를 제한하고 있다. 집회․시위 참가자들에게 다른 법 위반도 아닌 형법 제185조 일반교통방해죄를 적용하는 순간, 경미한 사건은 중범죄로 바뀌고 집회․시위 참가자들은 공권력에 의해 진압해야 마땅한 범죄자로 바뀐다.
집회․시위를 통제하고 싶어 하는 공권력의 입장에서 형법 제185조는 효과적이고 강력한 무기가 된다. 우선 도로 위에 있는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대규모 연행 등의 방식으로 현장에서 직접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집회․시위가 종료된 이후에도 개개인을 기소하여 높은 벌금형 등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이에 대해 피의자가 구제절차를 밟고자 사법부에 정식재판을 청구한다 해도 공판 진행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일상은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재판부의 판결문이 검찰의 기소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결과는 회의감마저 들게 한다. 이러한 고리가 이어지면서 집회․시위의 권리가 위축된다.
나아가 집회․시위의 결과를 교통방해라고 하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로 일치시킴으로써 집회․시위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을 만든다. 이는 사회적으로 집회․시위를 ‘범죄’로, 집회․시위 참가자를 ‘범죄자’로 낙인찍는 효과로 이어진다. ‘무엇이 범죄이고, 그것에 어떠한 형벌을 내릴 것인지 규정한 법률’이 형법이라고 하니, 집회․시위 참가자들에 형법을 적용하는 것 그 자체로 이러한 효과를 노릴 수 있다. 광우병대책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한인섭 서울대 법학과 교수의 말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형법의 위치가 방패에서 무기로 옮겨갔다.”
2010년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경찰청은 이전 정부에 비해 불법폭력 시위가 감소하고 불법시위자 사법처리 인원이 감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청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불법폭력 시위가 감소했다는 경찰의 주장에 아이러니하게도 불법시위로 인한 구속률은 높아졌다. 2006년 3.2%, 2007년 2.8%, 2008년 3%에서 촛불집회 직후인 2009년에는 4.1%로 껑충 뛰어오른다. 이는 공권력이 집회・시위 참가자들에 대해 현장 검거 위주로 대응하고 경미한 사안도 입건하는 등 강경한 법 집행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집회․시위에 형법 제185조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
형법 제185조가 집회․시위 참가자를 옥죄는 무기로 남발되는 상황에서 이를 제어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6월 22일 민주당 이춘석 의원실과 민변은 형법 제185조 개정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형법 제185조가 남용되거나 확대 적용되지 않도록 ‘기타 방법’을 구체화하거나 삭제하는 개정방향이 제안되었다. 물론 모호한 규정으로 법이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게 세밀하게 다듬어야 할 몫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그렇게 한다고 집회․시위의 자유가 보장될 수 있는가?
어디에서 집회․시위를 하느냐는 집회․시위의 자유에서 본질적인 부분이다. 공권력은 집회․시위 공간을 내주지 않음으로서 공공 공간에서 집회․시위를 배제한다. 집회․시위 참가자들을 시민과 구분하면서 이들이 시민의 공간을 뺏고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이런 구분과 배제,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닌가? 광장과 거리는 누구의 공간이며,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
각종 행사, 특히 정부 주관 행사로 인해 교통이 통제되는 경우가 많다. 그 행사 자체가 본질적으로 도로 점거를 예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찰은 원활한 행사 진행과 이로 인한 다른 이해당사자들이 마찰을 빚지 않도록 적절히 교통을 소통시킨다. 그러나 집회․시위는 어떠한가? 도로 행진을 전제하는 것이 집시법 2조에서 규정하는 시위의 정의이건만, 이를 마라톤과는 다르다고 해석하는 이유는 뭘까? 거리응원, 페스티벌, 마라톤 경기, 정부 주관 행사가 자유로이 열리는 거리가 왜 집회․시위 참가자들에게는 허락되지 않는가?
집회․시위는 권력도, 언론도 없는 사람들이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고 함께 외치고, 이를 사회에 알리기 위한 집단적인 표현의 장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집회․시위는 차벽과 폴리스라인, 경찰기동대에 가로막혀 있고, 참가자들의 외침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되고 있다. 사방이 가로막힌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의사 표현을 위해 하는 돌발적인 행동들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언제든 관할서장의 불허 통보로 차단될 수 있는, 사실상 허가제와 다름없는 현행 집시법 하에서 공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될 때만 할 수 있는 것이 집회․시위라면 집회․시위의 자유는 사실 껍데기뿐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185조가 집회의 자유를 직접 제한하는 것이 아니며, 일반교통방해죄의 구성요건에 시위에서의 행진이 해당될 수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사안에서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며 그 책임을 법원으로 돌렸다. 제185조 유무죄 판단이 사례마다, 법원마다 다른, 전혀 일관성이 없는 상황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그 자체로 직무 유기이다. 정부 눈치 보기에 급급한 사법부에 더 이상 인권의 보루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다.
형법 제185조를 개정하는 것에 우선하여 집회․시위의 자유,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형법 조항을 적용하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인권은 법의 틀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덧붙임
민선 님은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입니다.